안녕하세요. 낭만휴먼입니다. 이번 석가탄신일은 수요일이라 이틀 일하고 쉬고 이틀 일하고 쉬는 기분이 들어서 평소보다 피로도가 덜한데요. 이런 휴일을 맞아 방구석에서 영화를 보기에 안성맞춤인 날도 없죠. 작년 12월부터 공유와 박보검이 만났다며 떠들썩했던 영화 '서복'이 드디어 극장+티빙 동시 개봉을 했더라고요. 언제 개봉하나 아무도 모르게 했나 싶었는데 ㅋㄹㄴ 때문에 개봉을 연기하다가 이렇게 만나게 됐습니다. 방구석에서 티빙으로 관람했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짤막한 감상문을 좀 남겨볼까 해서 노트북 앞에 앉았어요.
영화 '서복'의 줄거리는 예고편에 나온 그대로입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임무를 맡은 전직 요원 기헌(공유). 둘의 동행 이야기입니다.
서복은 사실 엄청난 과학의 성과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최대의 결과치입니다. 죽음을 조절할 수 있는 존재죠. 기업이든 국가든 개인이든 탐을 내는 대상이 됩니다. 장르는 SF, 액션이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잔잔한 드라마에 SF 한 스푼, 액션 한 스푼 넣은 느낌이에요. 그렇게 스릴 넘치지도 않거니와 철학적인 내용이 짙어서요. 전 오히려 기대를 안 하고 봐서인지 그 부분이 좋았어요. 담담한 판타지 드라마.
배우들의 감정선은 그저 자연스러운 클리셰입니다. 하지만 진부한 게 또 어떤 때는 중요한 배경이 되어주기도 하잖아요? 영화 서복에서 그랬습니다. 내 목숨 건지려고 지키기 시작했는데 정이 들어서, 서복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서, '나'를 지키려다 '너'를 지키게 됩니다. 실험실에서 평생을 살아온 서복에게 바깥세상은 신기하기만 한데요. 그런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그는 연민의 감정을 느끼죠. 덕분에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어요. 어떤 분들은 뻔하다고 하실 수 있겠지만...
기헌을 연기한 공유 배우는 체중감량을 많이 하셨는지 정말 시한부를 선고받기라도 한 사람처럼 핼쑥했어요. 근데 욕하는 거 저만 어색하게 들렸나요...
서복을 연기한 박보검 배우는 정말 '난 아무것도 몰라요' 표정을 잘 표현합니다. 시장을 구경하며 어린아이처럼 이곳저곳 구경하기 바쁩니다. 하지만 신기한 것도 그저 담담하게 바라보기만 하는 그의 표정이 마치 다시는 못 볼 것을 아는 사람처럼 공허했죠. 그저 눈으로 담아두는 듯한 느낌이라 초반에는, 궁금하면 '이게 뭐예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온실에서 자랐다고 말도 못 하는 건 아니면서.. 라며 답답했는데 점점 영화를 보다 보니 서복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안쓰럽네요.
영화는 거의 철학 영화 수준으로 죽음과 영생에 대하여 심도 높은 질문을 던집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음이 가지는 의미는? 죽는 것을 왜 두려워할까? 사실 저는 죽음이 두렵다기보다는 죽는 과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렵습니다. 죽는 건 두렵지 않은데 아픈 건 두렵거든요.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죽음도 그저 인생의 한 챕터를 넘기는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죽음 이후의 삶이 지옥이든 천국이든 우주든 내핵 속이든 그저 내가 온전히 경험해야 할 챕터라고 생각해요. 어디를 갈진 모르겠지만 죄를 많이 지으면 죽음이 더 두렵기는 할 것 같아요. 영화 '미드 소마'가 생각났어요. 죽고 태어남의 순환이 가지는 의미를요.
그저 죽고 사는 문제를 떠나 어떻게 유한한 삶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유한한 삶을 어떻게 유의미하게 보낼 것인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삶은 유한해서 값진 것이라는 것은 정말 맞는 말이죠. 영원히 사는 것은 돈이 아무리 많고 못 가지는 게 없는 삶이더라도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그런 플라스틱 같은 삶은 살고 싶지 않네요.
자연 상태의 인간의 수명은 50~60세라고 하던데 평균수명 100세 시대.. 이러니 이 시대의 젊은이인 제가 이렇게 불안과 혼돈 속에서 살게 되는 거겠죠... 제 수명이 60살까지라고 한다면 인생을 좀 더 행복하고 새롭게 좀 덜 후회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100살까지 살려면 보험도 잔뜩 들고 얼른 내 집 마련을 해야 하고... 내 월급보다 생활물가와 부동산이 더 빠르게 올라가고 너무 비관적인가요? 갑자기 영화 감상문 쓰다가 부질없는 미래 걱정을 하고 있네요. 내일 죽을지도 다음 주에 죽을지도 모르는 게 사람일인데도요... 어찌 됐든 오늘도 내일도 그냥저냥 살아내겠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니 추천드려요. 서복이 하는 질문들을 주의 깊게 들으시고 스스로에게 대답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박진감 넘치는 SF 액션 X
서정적인 휴먼 드라마 O
넷플릭스 추천 [ 공포 영화 TOP10 ] (2) | 2021.05.09 |
---|
댓글 영역